H Fashion

시간을 걷는 스타일 아카이브

  • 2025. 3. 25.

    by. 인포후헌

    목차

      1940년대 밀리터리 룩 – 전쟁이 바꾼 실용의 미학, 절제된 우아함의 시작






      1. 전쟁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태어난 실용주의 패션


      제2차 세계대전, 원자재 부족, 군복의 영향

      1940년대의 패션은 더 이상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프레임은 디자인의 자유마저 제한하며 기능성과 절제미를 패션의 핵심 가치로 밀어 올렸습니다.

      원단 배급제, 생산 제한, 소재 부족. 이런 현실 속에서 패션은 군복을 닮기 시작했습니다.

      어깨가 각지고, 디테일은 최소화되며, 실루엣은 단정하게 정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제한된 조건 속에서, 디자이너들은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2. 밀리터리 룩의 미학 – 전선의 실용성을 거리로 옮기다


      유틸리티 패션, 아이젠하워 재킷, 기능 중심의 디자인

      전쟁은 유니폼의 미학을 거리로 끌어냈습니다.

      이 시기 유행한 ‘아이젠하워 재킷’은 장군의 전투복에서 탄생했으며, 심플한 버튼, 허리선 강조, 기능적인 포켓이 특징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실용적 목적에 기반한 디자인이었지만, 그 안에는 숨은 절제의 미학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여성복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식이 사라진 재킷과 스커트, 견장과 벨트로 포인트를 준 룩,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권위’를 여성의 옷차림에 부여했습니다.

      패션은 무기를 들지 않은 사람들의 또 다른 방패이자, 표현이었습니다.




      1940년대 밀리터리 룩 – 전쟁이 바꾼 실용의 미학, 절제된 우아함의 시작





      3. 여성과 바지 – 규범을 다시 쓰는 옷


      여성 노동, 팬츠의 일반화, 젠더와 기능

      남성들이 전장으로 떠난 자리를 메운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작업복과 팬츠를 입게 되었습니다.

      기존엔 거의 불문율이었던 ‘여성=스커트’라는 규범은 무너졌고, 그 자리에 실용성과 생존을 위한 옷이 놓였습니다.

      이 시기는 여성 패션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입니다.

      바지는 더 이상 금기이거나 반항의 상징이 아니라, 능력 있는 여성의 정당한 복장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패션의 자유는 이때 만들어졌습니다.





      1940년대 밀리터리 룩 – 전쟁이 바꾼 실용의 미학, 절제된 우아함의 시작





      4. 한국 사회와 밀리터리 룩 – 신여성의 실루엣에 스며들다


      신여성, 근대화, 스타일의 내면화

      1940년대의 한국은 식민지 체제와 전쟁의 그림자 속에 놓여 있었지만, 신여성이라 불린 여성 지식인들은 해방 이후 사회 참여와 교육, 패션까지 새로운 감각을 수용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 거리에는 모자, 재킷, 앵클부츠, 군복 디테일이 섞인 의상들이 등장하였고, 사진과 일러스트 속 여성들은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자기 정체성을 탐색하며 스타일을 입고 있었습니다.

      2022년 디올이 서울에서 진행한 하우스 아카이브 전시에서도
      이 시대의 영향을 받은 구조적 재킷과 기능적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 소개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5. 현대 패션에 깃든 밀리터리 룩의 유산


      구조적 실루엣, 유틸리티 리바이벌, 젠더 뉴트럴

      오늘날 밀리터리 룩은 단순히 카키색 야상이나 캠프룩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능성과 구조, 성 중립성, 절제된 디테일’이라는 디자인 언어로서 다양한 컬렉션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루이뷔통, 사카이, Miu Miu 등은 1940년대 유니폼의 요소를 고급스러운 테일러링으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젠더 뉴트럴 감각의 팬츠 수트는 밀리터리 정신을 가장 트렌디하게 이어가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전쟁이 남긴 상흔은 옷장 속에서도 여전히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옷들은 더 이상 생존만을 위한 방어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자신의 몸을 정리하고 세상에 당당히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결론 – 실용의 시대가 남긴 세련된 흔적

      1940년대 밀리터리 룩은 단순한 디자인의 흐름이 아닌,
      사회 구조, 젠더, 역할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에 등장한
      ‘옷을 통한 삶의 변화’의 증거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입는 셔츠 하나, 재킷 한 벌, 그리고 포켓이 많은 팬츠의 디테일 하나에도 그 시절의 미학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스타일은, 언제나 시대를 말하는 방식이니까요.🎞️✨